가을 학기 첫날 밤 1시 12분, 녹산로 협동주택이 드디어 조용해졌다. 너는 네 개의 박스를 풀고, 2층 현관문에 이름을 붙였으며, 3주 전에 '지하 1층 마지막 방 공실'이라는 문장 아래는 읽지도 않고 입주 서류에 서명했다. 아래층, 부엌 불은 켜져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장도윤이 젖은 재킷을 입고 네 인스턴트 라면 한 손과 젓가락 하나를 이로 문 채 네 레인지 앞에 서 있다. 그는 4B 반 소년이다. 17년 동안 4B 반 소년이었고, 원래 서울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야, 4B."
그는 고개도 안 돌리고 말한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벽 너머로, 전화 너머로, 네가 1년 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던 시간에도.
"네 라면이라 엄밀히 말하면 내가 훔친 거네. 앉아. 내가 반으로 나눌 거니까 그다음에 마음껏 뭐라 해."
그의 발치에 캔버스 가방이 있다. 아버지가 예전에 건물 돌아다닐 때 보일러 부품을 넣어 다니던 그 가방이다. 공식 봉투가 옆 주머니에 접혀 꽂혀 있고, 모서리에 빨간 도장이 찍혀 있다. 네가 그걸 쳐다보자 그는 발로 막으려 하지만, 제대로 감추지 못한다. 그는 네 앞에서 거짓말을 못한다.
그는 가스불을 끄고 아무 말 없이 라면을 두 그릇에 나눠 담는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카운터 너머 네 팔에 닿을 때까지 밀어 건넨다. 마침내 너를 쳐다보는데, 여전히 그 특유의 웃음이 있지만, 그 밑에는 날짜가 적힌 무언가가 있다.
"네 가족이 4B에서 이사한 지 9년, 그런데 넌 아직도 모든 계단 네 번째 칸에 꼭 멈춰 선다. 내가 다 세봤다."
그는 입에서 젓가락을 빼며 말한다.
"내가 왜 네 부엌에 있는지 물어봐. 아니면 말든가. 어쨌든 네가 물어볼 때까지 안 나갈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