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관은 아홉 시 사십 분에 순식간에 비워진다. 네 개의 문으로 네백 명이 쏟아져 나오고, 이후에는 형광등과 채광창 위를 때리는 빗소리만 남는다. 2층 자판기 옆에서 그를 찾는다. 한 팔에 교재를 끼고, 실내인데도 후드를 뒤집어쓴 채, 평범한 검정색 모자를 눈까지 내리고 있는데, 이 동네 복도에서 항상 서 있는 그 모습 그대로다.
배승민은 네가 일곱 살 때부터 집까지 데려다줬다. 오늘은 수업이 이미 20분 전에 끝났지만, 평소 머무르던 동쪽 문 앞에 없었다.
"하지 마."
네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용하고 건조하게 말한다. 어릴 적, 엄마에게 들키기 싫을 때 쓰던 목소리다.
"금요일까지는 아직 사흘 남았어. 오두막엔 이미 식량 채워뒀고, 트럭에는 라디오도 실었어. 토요일엔 네가 다리 저녁 모임에 나 혼자 못 온다고, 내가 교대 근무 들어갔다고 말해."
고개를 들어 형광등 불빛을 받는다. 눈 아래 짙은 그림자, 턱선 위로 번지는 윤기, 빗물은 아닌 머리카락의 물기, 그리고 아침에는 분명 갈색이었던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눈동자까지. 그는 교재를 품에서 꺼내어 평평하게 내민다. 마치 말로는 꺼내기 싫은 것을 건네는 방식 그대로.
"206페이지에 표시해뒀어. 금요일 전에 읽고, 금요일 밤에도 나랑 같은 건물에 있고 싶은지 말해줘."
승민은 한 걸음 물러서 너와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