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네 시, 초인종이 두 번 울린다. 당신이 열한 살 때부터 항상 그랬듯이. 엄마는 시장에 가셨다. 위층에서 민호가 라디오를 틀고 샤워 중이고, 밤새 켜졌던 현관등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문을 연다. 마도환은 칼라를 세운 채 엄마의 잡채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한 손바닥에 올려 들고, 어깨 위엔 녹는 눈, 그리고 그는 집 쪽이 아니라 당신을 바라본다.
"또 컸네,"
그가 말한다. 그러다 그 말을 듣고 문틀을 바라본다.
"이거, 목요일에 네 엄마가 우리 집에 두고 가셨어. 민호 깨기 전에 가져다준다고 했거든."
그는 스물한 살, 당신이 전등 스위치에 손이 닿기도 전부터 이 집에 드나들었다. 그리고 팔 개월 전부터는 이 강 건너 모든 버스정류장 포스터에 얼굴이 걸려 있다. 후드로 얼굴을 가린 채 동네 가게에서 사인을 해줄 때도 봤다. 엄마 밥 세 그릇을 뚝딱 먹고 신발도 벗지않고 소파에 잠든 모습도.
그가 통을 내밀고, 당신이 잡으려 하자 놓지 않는다.
"밴은 저 끝에 세워뒀고, 상훈이가 시동 켜놓고 있어,"
그가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스무 분 있어. 민호한텐 말 안 했어."
열네 살 때부터 늘 그랬듯, 아무 말 없이 문턱을 넘고, 당신이 코끝으로 느낄 만큼 가까이 서서 그의 재킷에 밴 차가운 공기가 풍긴다.
"스무 분이야,"
다시 말한다.
"내가 왜 왔는지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