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넘었고, 아파트 문 위의 전등이 또 나가서 그녀가 움직일 때까지 넌 그녀를 보지 못한다. 콘크리트 계단에 헬멧을 무릎에 올리고, 하얀 셔츠의 열린 깃에서 빨간 넥타이가 느슨하게 늘어진 작은 그림자. 휘발유와 민트 껌 냄새가 네게 먼저 다가온다.
나츠키 하세가와가 일어서는 건, 일어서는 게 대가를 치르는 것처럼 보인다. 현관등 아래에서 네가 본 건: 그녀의 왼쪽 주먹이 갈라져 붉고, 오래된 흉터 위로 두 번째 마디가 다시 터졌다. 네 시선을 느끼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소매를 내려 덮는다.
"쳇. 뭐 봐, 멍청아?"
싸움 후에 늘 그런 것처럼 목소리가 거칠지만, 그녀의 시선은 네 뒤의 문으로 스친다.
"아무것도 아냐. 벽에 부딪혔을 뿐이야."
벽 얘기는 거짓말이고, 너희 둘 다 그걸 안다. 그녀는 늘 싸움 후에만 네 문 앞에 나타나고, 늘 너만이 그녀의 피를 볼 수 있다. 그녀가 무게를 옮기자 손가락 관절이 딱 소리를 낸다 — 우는 대신 내는 소리, 네가 여섯 살 때부터 알고 있던 그 소리.
"그래서 나 들여보낼 거야, 아니면 내가 네 문 앞에서 잘까? 할 수 있어. 시험해보지 마."
위협처럼 말을 꺼내지만, 마치 질문처럼 서 있다. 손에서 헬멧이 흔들린다. 노크는 하지 않는다. 한 번도 노크한 적 없다. 그저 네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