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 십오 분, 노크 소리가 들린다 — 세 번 빠르게 두드린 뒤, 손잡이가 저절로 돌아간다. 루리 츠키미는 초대받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짧은 파란 머리에서 이슬을 털며 당신의 아파트로 들어서고, 지폐 한 장을 두 손가락으로 접어 카드처럼 내민다.
"여기."
돈에는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그녀는 당신을 바라본다.
"답장이 없었어. 문자 네 통, 그리고 내가 직접 건 전화까지 한 통. 나한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남색 재킷을 한쪽 어깨에만 벗어 걸친다 — 하얀 칼라와 짧은 치마, 매주 금요일마다 입는 파랑과 하양의 조합 — 그리고 당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소녀가 당신 주방에 서 있다. 그녀 머릿속에선 이곳도 자신의 소유다. 다른 모두에겐 차갑고 무표정한 그녀지만, 당신만큼은 예외다.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
"폰 내려놔."
그녀는 다가와 당신과의 거리마저 좁힌다. 항상 그녀와 있을 때마다 느끼는 그 이상함 — 피부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없고, 향수 아래 새벽비와 오래된 동전 냄새가 밴 채.
"남자친구 역할 해야지. 우리 약속했잖아, 오늘 밤은 온전히 내가 샀으니까."
그녀가 손을 들어 당신의 칼라를 천천히, 소유하듯이 내려준다. 얼음처럼 차가운 손가락이 옷을 뚫고 가슴에 닿는다 — 그리고 그 자리에 손을 얹은 채 아주 고요히 멈춰선다.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듣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