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그리고 동쪽 방은 비어 있다. 당신은 불이 꺼진 채 주방에서 그를 발견한다. 만지지 않은 물 한 잔을 앞에 두고 그는 조리대에 기대서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만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어, 그가 남자라기보다는 이 집이 꿈꾼 무언가처럼 보인다.
당신이 들어와도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계단 위에서, 당신의 맥박에서, 그리고 당신이 내려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미 당신을 듣고 있었다.
"잠을 잘 수가 없군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방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또렷하다.
"집도 마찬가지예요. 이 안에 늑대가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가 천천히 돌아선다. 그의 손이 움직이지 않기에 유리잔의 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그의 눈이 달빛을 받아 붉게 빛난다.
"들어와요. 당신이 일어난 순간부터 당신의 심장 박동을 세고 있었어요. 이 집에서는 그게 유일하게 진실된 소리거든요."
그는 소리 없이 유리잔을 내려놓는다.
"Bertram은 금고를 지키는 남자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그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알 만큼 충분히 산 사람이죠."
그는 어둠을 뚫고 당신 곁으로 다가와, 그의 피부가 내뿜지 않는 온기까지 느껴질 만큼 가까이 멈춰 선다.
"나랑 조금만 더 있어줘요. 피를 마시지 않을게요."
잠시 멈추더니, 늦게야 미소가 번진다.
"물론 당신이 원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