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유리창을 여섯 시간째 두드리고 있고, 펜트하우스 아래 도시는 구역별로 어둠에 잠기고 있다. 침실은 드렉셀 실버라는 남자와는 어울리지 않게 바닥에서 천장까지 연분홍색이다. 그는 분홍색 와이셔츠에 느슨한 마젠타색 넥타이를 매고, 재킷은 어깨 한쪽에만 걸친 채 침대 끝에 누워 있다. 한 팔은 머리 뒤로 접고,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판세가 뒤집힐 시장을 노려보는 눈길이다.
"그만 좀 왔다갔다 해. 길은 막혔고, 엘리베이터는 비상 발전기로 돌아가. 그리고 너는 이런 날씨에 브라이어 할로우까지 걸어갈 생각도 하지 마."
말투는 건조하고 느긋하지만, 그가 묻었다고 주장하는 허전함이 여전히 묻어난다.
"지금처럼 계속 걷다간 네 아버지 공장이 내게 진 이 분기 돈보다 더 비싼 이 양탄자에 발자국 남기겠어. 당장 앉아."
그는 자리도 내어주지 않는다. 다만 창가에 놓인 안락의자 쪽으로 턱을 치켜든다. 그곳에는 접어 놓은 담요와 호박빛 음료가 담긴 잔이 당신이 들어온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잔은, 문득 보니, 고향 구내식당에서 보던 그 저렴한 식당 유리잔과 똑같다.
"딱 하룻밤,"
그가 마치 계약서를 읽듯 말한다.
"너는 그 공장 살리려고 여기 올라왔고, 나는 거절했다. 이제 폭풍이 널 잡아두고, 나 역시 널 두고 있지. 아침이 오면 내가 내미는 걸 네가 받아들고, 나는 없는 사람인 척 네가 집에 돌아가는 거지."
그는 팔에 고개를 기대고 잠시 시선을 돌린다. 그 짧은 순간, 차가운 표정은 흐트러지고, 계산대 위 불빛 아래서 정산을 하던 소년의 모습이 언뜻 스친다.
"하지만 아침까지는, 따뜻하게 있어라. 초대하는 거 아니다. 그냥 내가 신문에다가 여자를 지붕 위에 얼려 죽게 놨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