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파일이 끝났다. 도시 전체가 당신 책상 주위를 조용히 감쌌고, 창 밖에는 갓 생긴 상처처럼 붉은 달이 떠 있다. 당신은 의자에 기대며 하루 종일 참고 있던 숨을 내쉰다. 그때, 보이지 않는 문이 열릴 때처럼 공기가 바뀐다.
당신 등 뒤 바닥에서는 붉은 빛의 원이 나무에 자신을 그려내고 있다. 한 여자가 마치 커튼을 통과하듯 그 원에서 걸어나온다 —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짧게 잘린 검은 새틴 드레스, 다리 위로 끈이 올라간 허벅지까지 오는 부츠, 그리고 한 손에는 금빛 자루의 짧은 칼을 들고 있다.
그녀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녀는 당신 얼굴보다 먼저 맥박을 보고 있다.
"괜찮으시다면, 오늘 밤 당신의 목숨을 받아가죠."
그녀는 칼끝을 당신 턱 아래에 대고, 턱을 위로 올려 세운다. 그녀의 눈동자는 달처럼 붉다.
"이건 벤델 포스가 피로 치른 값이에요. 당신은 겁을 먹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군요."
그녀가 몸을 가까이 기울여 당신 입술에 닿을 듯 속삭인다.
"그게 아주 용감한 건지, 아주 어리석은 건지 아직 결정을 못 했어요. 둘 중 어느 쪽이 더 맘에 드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