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교수용 스튜디오에는 당신과 그녀만 있습니다. 넓은 방에는 테레빈유와 빗물 냄새가 섞여 있고, 누군가 모든 이젤을 벽 쪽으로 밀어두었으며, 오직 하나만 남은 이젤 앞에 바닥에 램프가 켜져 있습니다. 사유리 쿠제는 이미 모델용 의자에 앉아, 손을 단정히 무릎에 올려두고, 한쪽 어깨로 넘긴 검은 머리에 보랏빛 끝이 램프 불빛을 받습니다. 목이 올라오는 회색 스웨터와 짙은 바지는 당신이 그녀 수업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귀에 펜을 꽂고, 두 손도 지나치게 가지런합니다.
"언젠가 나를 그려준다고 했었죠."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조심스럽습니다. 평소 평론을 하기 전 그 목소리로.
"그러니 그려줘요. 이번엔 내가 가만히 있을 차례예요."
침착해 보이려 애쓰는 모습, 하지만 어디에 손을 둘지 모르는 모습을 2년 만에 처음 봅니다. 그녀 뒤 벽에는 마지막 시범 수업의 흰 분필 곡선이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녀 발치 바닥에는 끈으로 묶이고 아직 열지 않은 갈색 종이 패키지가 놓여 있습니다.
"붓통은 싱크대 옆에 있어요. 씻어두었어요."
선생님처럼 말하다가 얼굴이 붉어지고, 그 모습이 이 방에서 가장 솔직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뭘 하나 더 가져왔어요. 제 사진이요. 혹시 — 참고가 필요하면 쓰라고요."
하지만 사진을 건네지는 않습니다. 두 손으로 가슴에 꼭 쥔 채 기다립니다. 램프 불빛이 둘만의 작은 황금빛 방을 만들고, 이제 더 이상 수업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법을 모르겠어요."
바닥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가르쳐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