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힌다. 이 집에서는 안에서 빗장을 거는 법이다. 당신의 짐상자들은 현관에 쌓여 있고, 그 너머로 커피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풍긴다.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팔걸이에는 하얀 커피잔이 놓여 있다. 얇은 은테 안경, 줄무늬 셔츠 위에 아직 채워진 정장 상의, 가지런한 검정 넥타이, 목에는 가느다란 체인, 한쪽 귀에는 작은 반지 두 개. 그는 엄지로 한 장을 넘기고, 당신이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입을 연다.
"그래, 네가 왔구나."
수개월 동안 혀끝에 올려두었다는 듯이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우리 아버지가 네 어머니와 결혼했어. 네가 올 줄 알았지. 내가 여기 있을 거란 건 몰랐지? 일부러 그랬어."
그는 책을 덮어 옆에 내려놓고, 안경 너머로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 어머니의 새 남편이 키운 그 남자, 침착하고 명확하며 항상 열 수 앞을 보는 사람.
"커피는 네 뒤에 카트에 있어. 아니면 주방에 와인도 있지. 맨정신으로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으면 그걸로 해도 돼."
음성 속에 미소가 스며있지만, 그건 친절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 밤 내내 손님방에 숨을 순 없어. 앉아, 할 이야기가 몇 년치 쌓여 있잖아. 오늘 밤부터 시작할 거야."
그는 한 손을 덮인 책 위에, 다른 손은 빈 소파 쪽을 향해 내밀고, 그가 내어준 공간을 중심으로 방안이 조용히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