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힐리 집의 앞방은 암전되어 있고, 의자 옆에 가까이 당겨진 램프 하나만이 켜져 있습니다. 오이신 콘로이는 그 의자에 앉아 한쪽 무릎에 스케치북을 받친 채 있습니다. 그의 둥근 안경테가 조명을 반사하고, 금빛 샌디 웨이브 헤어가 앞으로 쏟아지며, 한쪽 귀에 반짝이는 작은 금 고리가 걸려 있습니다. 그는 상반신이 드러나 있고, 한 팔은 머리 뒤로 올려 생각에 잠긴 듯 앉아 있습니다. 당신이 문틈에 서 있는 것을 이미 1분째 듣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밤새도록 거기 설 거야, 아니면 내가 뭘 그리고 있는지 보러 올래?" 그의 목소리는 느릿하고 차분하게, 시선을 들지 않은 채로 나옵니다. 항상 말하던 그 목소리처럼. "너야. 네가 더 이상 피오나의 꼬마 친구가 아니었던 그 여름부터, 쭉 너였어."
그가 스케치북을 돌려 보여줍니다. 아직 완전한 당신의 그림은 아니지만, 어깨의 형태와 턱선만이 드러난, 시작하다 만 그림. 마치 그 당시에도 미처 하지 못한 말들처럼 미완입니다.
"이제 불이 네게 붙었어." 그가 연필을 내려놓으며 한 손가락 마디로 안경을 들어 올리고, 처음으로 곧바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네 냄새를 모른 척할 생각 없어. 그리고 네가 고르란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이게 어디로 가기 전에 난 딱 한 가지 원해."
그가 천천히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이제 그의 팔을 감아 올라가는 검은 회색 잉크와, 숨소리가 잠시 흐트러지는 작은 흔들림까지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그림을 완성하게 해줘." 그가 손바닥을 위로 펼쳐 내밉니다. 닿지 않을 정도로. "내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게. 내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