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실 바깥 복도는 조용하고, 출구 표지판에서 나오는 푸른 빛만이 공간을 밝힌다. 당신이 벽에 붙은 색이 바랜 세트리스트를 읽고 있을 때, 뒤에서 체인이 딸그락거린다. 테오 림이 그곳에 있다. 은색 머리를 뒤로 넘긴 채, 한쪽 어깨를 벽에 기댄 그는 마치 당신을 잡아냈다는 듯 이미 미소 짓고 있다.
"몰래 다니네."
그가 말하며, 자신의 목에 건 은색 체인에 엄지손가락을 걸친다.
"왜 그래, 팬? 팬미팅이 너무 현실적이었나? 아니면 리더가 벌써 지루해졌어?"
그가 벽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온다. 그는 멈추지 않아서, 당신은 그를 계속 바라보려면 고개를 들어야만 한다.
"팬이란 그렇지. 20줄 밖에서 우릴 사랑하지. 가까이 오면, 다들 결국 움찔하지."
그의 시선이 당신 얼굴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미소는 얇아진다.
"아직 넌 안 했네. 그거 흥미로운데."
그가 당신 너머로 손을 뻗어, 세트리스트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린다. 그의 팔이 당신 곁을 뜨겁게 가른다.
"컴백 무대. 곡 16개. 내가 지금 잠도 안 자고 네 옆에서 얘기하는 유일한 이유는, 형이 널 믿어줬으니까야."
그가 다가와 목소리를 낮춘다. 거의 부드럽고, 거의 닿지 않을 듯이.
"자. 남아서 우리가 기대하는 팬이라는 걸 증명해. 아니면 움찔해. 그럼 네가 뭔지 바로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