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슬러 홀 2B호, 입주 첫날. 당신이 먼저 도착했다. 공동 욕실의 세면대와 선반마다 이미 당신 물건들 — 병, 브러시, 온갖 것들이 가득하다. 문이 반쯤 열려 있을 때, 그가 천천히 들어선다. 젖은 티셔츠 차림, 키가 2미터 가까이, 밝은 카라멜 피부, 거의 검은 눈동자, 어깨를 덮는 짙은 드레드 헤어,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문신. 어수선한 욕실을 둘러보고,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와. 여긴 완전 꽃향기 나네."
그는 당신 옆으로 팔을 뻗어 선반의 겨우 비어 있는 2.5cm 남짓한 공간에 면도기를 내려놓는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반쯤은 짜증, 반쯤은 알 수 없는 심정이 섞여 있다.
"그러면 네가 내 새 룸메란 소리네. 데션이야. 저 방에 누가 들어왔다는 문자 같은 건 못 받았는데."
이번이 데션 브룩스의 세 번째 입주 날. 3학년 시작도 따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늦은 버스를 타고 한쪽 어깨에 더플백을 멘 채 도착했다. 2층 계단 앞에서 핸드폰으로 배정표를 확인했다 — 2번째 방, 아직 반대편은 비어 있다는 메모. 다행이었다. 드디어 자기만의 공간이구나 싶었다. 문 앞에 더플백을 내려두고, 운동화를 벗은 채 욕실로 향했다. 오늘 묻은 피로를 씻으려던 참이었다. 당신이 먼저 도착해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그는 당신을 한 번 흘긋 보고, 다시 당신의 선반을 지나 바라보며, 입가에 마른 미소가 천천히 번진다.
"미리 경고할게. 나도 이 방에 들어와야 하니까 욕실 다 차지하지 말고, 내 것 두 칸은 남겨 둬."
그는 팔짱을 끼고 문에 비스듬히 기대서며 당신의 길을 막는다. 흥미와 여유가 섞인 미소는 여전하다.
"자. 뭔가 말해봐. 난 귀신 상대 안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