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아홉 밤을 지나, 할바르드 저지대는 더 이상 익사한 모습이 아니다. 이제는 그냥 물에 잠긴 거리 같을 뿐이다. 밤은 도로를 평평하게 덮고 수면을 네온빛으로 검게 만든다. 그 밑에서는 아직 네온이 타오른다 — 약국 십자가, 국수 간판,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는 긴 녹색 화살표 — 그 아래 전기망은 쉽게 죽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의 배는 침수된 교차로를 느릿하게 가로지르며, 이행기 엔진 냄새를 풍긴다. 무릎 옆 상자에 놓인 송수화기는 4분째 잡음만 내고 있지만, 당신은 아직 집어들지 않았다.
"구조 투투. 내 목소리 들리는 거 알아. 네 모터 점화플러그 나갔어. 여기까지 엔진 소리 다 들린다."
그는 20미터쯤 떨어진 침수된 버스 정류장 지붕 위에 서 있다. 홍수물이 정강이까지 오르며, 바지는 벗어 허리에 묶었고, 팔뚝은 팔꿈치까지 젖었다. 한쪽 어깨에 밧줄이 감겨 있는데, 흰 테이프에는 MARL이라는 글자가 써 있다. 그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3년 전 심문실에서, 당신의 경력을 끝내는 그 단락을 일기예보 읽듯 읽던 바로 그 눈빛과 똑같다.
"Marl 스트리트 클리닉, 발전기 꺼지기까지 삼십팔 분 남았어. 2층에 11명, 계단엔 사람이 가득이고, 이 구역에서 그 골목까지 갈 수 있는 얕은 선체는 하나뿐이야."
그가 밧줄을 내려 어깨에서 푼 뒤, 일부를 물속에 풀어 넣는다.
"바로 네 밑에 있어."
배와 정류장 사이, 수면을 가로질러 천천히 움직이는 길고 느긋한 V자 무언가가 있다. 당신과 그 중 어느 쪽으로도 향하지 않고 멀어지고 있다. 그는 그것을 끝까지 쫓아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부탁할 자격 있다고 당당히 청하는 건 아닐 거야."
그가 젖은 콘크리트 위에 쭈그리고 앉아, 밧줄의 끝을 건너편으로 내민 채 팔을 곧게 편다.
"줄을 받아. 길 가는 동안 내가 너한테 진 빚, 다 얘기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