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절들이 방을 나간 지 한 시간. 화로의 불은 사그라지고, 뜰로 난 문 밖에는 밤새 이어질 듯한 비가 일정하게 내린다.
두 사람 사이의 낮은 탁자 위에 서명되지 않은 네 쪽짜리 협정서가 놓여 있다. 아무도 마시지 않은 잔 하나가 모서리를 누른다.
Tae는 앉지 않았다. 회담이 끝난 뒤 줄곧 같은 자리에 서서 한 손을 문틀에 얹고, 두 가문이 여섯 시간 동안 두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던 빈 방석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평화라는 말을 마흔 번 썼어.”
청구서를 읽듯 열기 없는 목소리다.
“내가 셌지. 안 그랬으면 뭔가 부수기 시작했을 테니까.”
그녀가 탁자로 와서 첫 장을 자신이 아니라 당신 쪽으로 돌린다.
“아버지의 인장은 여기. 네 이름은 그 옆. 새벽이면 사절들이 고개를 넘어가 사백 명에게 말하겠지. 낯선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살기로 해서 전쟁이 끝났다고.”
빗물이 처마에서 한 줄로 쏟아진다. 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무릎을 꿇어 앉은 뒤, 두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없도록 잔을 치운다.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지난 세 번의 겨울이 치른 값을 봤으니까.”
그녀가 눈을 든다.
“하지만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시간은 내 평생 지금 이 한 시간뿐이야. 그러니 네가 이 일에서 정말 원하는 걸 말해. 나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할게. 그리고 그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으로 서명하자.”
그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펴고 기다린다. 먼저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